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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속의 이야기

유등지에서

by 까탈스러운 장미 2012. 7. 24.

 

 

 

 

 

 

친구가

백련을 보고싶데요.

 

 

 

물론 데리고 가 줄 수 있지요.

어딘들 못 가겠습니까?

 

 

 

가기는 가지요...

 

 

 

뭔 말이 나올지 아마 아실 겁니다.ㅎㅎㅎ

 

 

 

 

처음엔 청도 백련지를 찾았습니다.

거긴 친구가 안다고 했거든요.

 

 

 

유유상종이라

뭐, 저도 처음부터 잘 찾을 거라 생각은 안 했지만

역시 내 친구도 길치거든요.

 

 

 

엉뚱한 곳에서 헤매다가

경운기를 타고 가는 할아버지를 만났어요.

 

 

 

기분 좋으시라고 아저씨라 부르며 백련지를 물었지요.

아저씨가 따라 오래요.

경운기 뒤를 시속 10km로 졸졸 따라 갔습니다.

 

 

물론

뒤에 오는 차에게 신호를 줘서 추월하라는 매너도 잘 지켰습니다.

 

 

 

한참을 가다가 할아버지가 손짓을 하셨어요.

저~~쪽으로 가라고.

 

 

 

우리는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목청껏 소리 지르며 못을 향해 갔어요.

 

 

길은 외길....

올라 가 보니 못은 못이었어요.

백련은 한 송이도 없는...

 

 

 

하아~~~

차를 돌릴 수가 없었어요.

백을 해서 가파른 언덕을 내려와야 하는데...

 

 

 

친구는 밖에 서서 바퀴가 빠지는지 안 빠지는지 봐 주고

저는 차를 뒤로 몰았어요.

 

 

 

빠졌다는 소리 나올 줄 알았죠?

아니요,

잘 빠져 나왔습니다.ㅎㅎㅎ

죄송해요, 기대에 어긋나서....

 

 

 

 

 

 

 

 

 

 

동네 아주머니한테 물어서 백련지를 찾았지요.

너무나 작은 연못에 연꽃도 몇 송이 없었어요.

 

 

 

 

 

 

 

 

 

제가 사진을 찍는 동안 친구는

제가 빌려 준 빨간 모자를 쓰고

혼자 놀고 있었어요.

 

 

 

 

 

 

 

 

 

 

가만있자...

여기서 유등지가 가깝지.

거기 가자.

 

 

 

 

 

이번엔 제가 길을 알잖아요.

여러 번 가 봤고.

허긴 그때는 이야기하느라 밖도 안 보고 다녔지만...ㅎㅎㅎ

 

 

 

어~~ 이 길 아닌데...

 

 

동네 아저씨한테 물었어요.

 

 

 

우리는 내려오면서

우리 주위엔 잠시 지나치며 길을 묻는 사람조차도 선한 사람을 만난다고

ㅎㅎㅎ

얼마나 좋아했는지...

 

 

 

 

 

 

 

 

그렇게, 그렇게 유등지를 찾았어요.

 

흠...

여전히 삐뚤게 찍는군요.ㅎㅎㅎ

 

 

아...

그 겨울,

미로의 그림처럼 형이상학적인 모양을 하고 있던 연이

풍성한 연잎과 꽃을 피웠지만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어요.

 

 

 

 

 

 

 

 

주위만 뱅뱅 돌면서 아쉬워 하며 하늘을 쳐다 보는데

왜가리 한 마리가 날고 있더군요.

 

 

 

 

 

 

 

 

 

 

 

얼마나 답답했는지 아시겠지요?

연꽃은 너무 멀어 못 찍고 연잎이나 거미줄만 찍고 있으니...

 

 

 

 

 

 

 

 

 

 

 

무심히 뒤를 쳐다 보니

뒷쪽으로 백련이 보였어요.

아주, 아주 작은 연못 속에...

그러니

가까이 찍기 아주 좋았어요.

 

 

 

 

 

 

 

 

 

 

 

박하 냄새 나는 풀밭에 누워 하늘을 배경으로

남들이 다 찍어대는 그 사진을 저도 흉내 내 봤어요.

 

 

 

 

 

 

 

 

 

 

 

태풍 카눈이 

하늘은 새파랗게 청소 해 놓고

 구름은 하얗게 잘 빨아 놨어요.

 

 

 

 

 

 

 

 

 

팔조령을 넘어 오면서

친구에게

경치 좋은 곳에 차를 세우고 보여 줬어요.

 

 

 

 

 

 

 

 

 

 

그리고

곳곳에 차를 세우고

몇 가지 없었지만 꽃들도 보여줬어요.

근데

꽃이름은 저도 모르겠어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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