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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속의 이야기

친 구

by 까탈스러운 장미 2012. 7. 25.

 

 

 

 

 

 

 

 

유등지에 같이 갔던 친구와 그날 미리 약속을 했습니다.

다음 수요일은 반곡지 구경시켜 줄께.

 

 

 

 

너무 오래 사진 찍으러 못 나가서

번개 치기를 학수고대 하고 있었습니다.

 

 

 

 

지난주부터 계속

친구들과 만나거나

목욕탕 가서 텀벙거리거나

팔에 알이 배기게 이 더운 날 스팀 청소기 돌리며

시간을 보냈는데

 

 

 

하필 번개가 수요일에 쳤습니다.

 

 

 

물론

친구와의 약속을 미뤄도

그 친구는 언제든지 그러라고 할 친구지만

어쩐지 그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오늘도 날이 너무 더워

내심 걱정은 조금 됐습니다.

더운데 고생시키는 거 아니야?

 

 

 

 

 

 

 

 

 

 

 

 

 

 

 

유리알같은 물속에 반영이 너무나 깨끗했습니다.

 

 

 

나무 그늘 밑에 자리를 깔고

반곡지의 짙푸른 초록을 바라보니

정말 친구에게 좋은 여름을 선물했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못 속에서는

황소보다는 작은 황소개구리가

황소보다 큰 소리로 뭐라고, 뭐라고 꽥꽥 거렸습니다.

갑자기 캑 그러더니 소리가 없더구만요.

 

 

 

황소개구리 사래 걸렸나보다.

우리는 배꼽을 잡고 웃었습니다.

 

 

 

 

 

 

 

 

 

 

 

 

 

바람이 시원했습니다.

친구 혼자 놀라고 놔 두고

또 카메라 들고 돌아 다녔죠.

 

 

 

 

 

 

 

 

 

 

 

 

 

한참 설치고 친구 옆에 앉아서

실잠자리와 눈맞추기 했습니다.

무지 어렵더구만요.ㅎㅎㅎ

 

 

 

낙엽지는 가을에 또 오자 했습니다.

그리고 눈 덮힌 겨울에도 오자 했습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등걸에 앉아

그 나무 같은 친구와 폭염과는 아랑곳 없이

한 여름의 산들바람 같은 낮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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