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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캡틴! 나의 캡틴

정말 사랑한다면

by 까탈스러운 장미 2012. 9. 17.

 

 

 

 

 

발등에 불이 떨어진 중간고사 시험문제를 열나게 출제하고 있는데

경산에서 가르쳤던 제가 제일 사랑하는 제자녀석 카톡이 왔어요.

 

 

 

<선생님, 이것 좀 해 주세요.>

 

내용인즉슨

사진을 찍어 보냈는데

선생님께 전해들은 책 이야기를 쓰는 것이었습니다.

 

 

 

 

 

 

제목과 저자, 언제 읽었는지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은 무엇인지

대충 그런 것을 적어내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너무나 아끼고 사랑하는 제자녀석이라

단번에 해 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무엇인가 저의 마음을 가로 막는 것이 있었습니다.

 

<흠... 네가 읽은 책이 뭐가 있는지 알아야지>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거야?>

 

<내일요 ㅜㅜ>

 

<이런! 쌤이 추천해도 읽을 시간도 없네?>

<괜찮아요, 해 주세용>

 

 

 

 

 

 

 

 

난감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정말 이 아이를 사랑한다면...

 

그 생각에 미치자

아이를 바르게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쌤이 교사로서 읽지 않은 책을 읽었다고 거짓말을 가르칠 수는 없어.>

 

 

어쩌면 이녀석은 섭섭해서

아니면 부끄러워서 다시는 연락을 안 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역시 제가 사랑하는 제자는 뭐가 달라도 다릅니다.

 

<ㅜㅜ>

<흑>

<넹 ㅜ>

이렇게 한참을 울고는

그리고 <ㅎㅎ>

그랬습니다.ㅎㅎ

 

 

 

<민정아, 숙제보다는 양심이 더 소중한 거다.>

<ㅎㅎ 네 명심할께요.ㅎㅎ>

<시간나면 헤르만 햇세의 데미안을 읽어 봐. 또는 서머셋 모옴의 수레바퀴 아래서>

<ㅎ 네! 꼭 읽어 볼께요 ㅎㅎ>

<쌤이 뭘 가르쳐 주려는지를 금방 알아줘서 고맙다.♥>

<ㅎㅎ네 ♥><건강하시구용, 담에 또톡하께용!>

 

 

 

 

 

 

 

 

 

담에 또 톡 한다고 했습니다.ㅎㅎ

 

저는 정말 이녀석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습니다.

사랑 받을만 하지요?ㅎㅎ

 

 

 

데미안이나 수레바퀴 아래서는 아직 중2가 읽기엔 너무 어려울까요?

 

 

 

 

 

 

 

 

 

 

 

 

2012년 9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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