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에 불이 떨어진 중간고사 시험문제를 열나게 출제하고 있는데
경산에서 가르쳤던 제가 제일 사랑하는 제자녀석 카톡이 왔어요.
<선생님, 이것 좀 해 주세요.>
내용인즉슨
사진을 찍어 보냈는데
선생님께 전해들은 책 이야기를 쓰는 것이었습니다.
제목과 저자, 언제 읽었는지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은 무엇인지
대충 그런 것을 적어내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너무나 아끼고 사랑하는 제자녀석이라
단번에 해 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무엇인가 저의 마음을 가로 막는 것이 있었습니다.
<흠... 네가 읽은 책이 뭐가 있는지 알아야지>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거야?>
<내일요 ㅜㅜ>
<이런! 쌤이 추천해도 읽을 시간도 없네?>
<괜찮아요, 해 주세용>
난감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정말 이 아이를 사랑한다면...
그 생각에 미치자
아이를 바르게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쌤이 교사로서 읽지 않은 책을 읽었다고 거짓말을 가르칠 수는 없어.>
어쩌면 이녀석은 섭섭해서
아니면 부끄러워서 다시는 연락을 안 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역시 제가 사랑하는 제자는 뭐가 달라도 다릅니다.
<ㅜㅜ>
<흑>
<넹 ㅜ>
이렇게 한참을 울고는
그리고 <ㅎㅎ>
그랬습니다.ㅎㅎ
<민정아, 숙제보다는 양심이 더 소중한 거다.>
<ㅎㅎ 네 명심할께요.ㅎㅎ>
<시간나면 헤르만 햇세의 데미안을 읽어 봐. 또는 서머셋 모옴의 수레바퀴 아래서>
<ㅎ 네! 꼭 읽어 볼께요 ㅎㅎ>
<쌤이 뭘 가르쳐 주려는지를 금방 알아줘서 고맙다.♥>
<ㅎㅎ네 ♥><건강하시구용, 담에 또톡하께용!>
담에 또 톡 한다고 했습니다.ㅎㅎ
저는 정말 이녀석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습니다.
사랑 받을만 하지요?ㅎㅎ
데미안이나 수레바퀴 아래서는 아직 중2가 읽기엔 너무 어려울까요?
2012년 9월 9일
'오,캡틴! 나의 캡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 하루 (0) | 2015.03.11 |
---|---|
당분간은 일만 하자 (0) | 2015.03.10 |
아직도 낯설은... (0) | 2015.03.09 |
나를 두고 아리랑 (0) | 2015.03.05 |
용 서 (0) | 2012.09.2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