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보충수업입니다.
영어쌤이 우리반 두 녀석을 끌고 교무실로 왔어요.
복도를 지나다가 욕하는 소리에 두 녀석을 끌고 왔데요.
뭣이라?
욕을?
그것도 담장이 넘어가게 그렇게 큰 소리로?
요 며칠을 계속 말 하는대로 된다고 생각해라.
농담조차도 듣기 좋은 농담을 해라
남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말은 하지 말아라...
그렇게 가르치고 있었는데
나는 헛것을 가르쳤구나.
두 녀석에게 그랬습니다.
나는 담임으로서 너희 둘을 가르칠 자격이 없다.
내 말은 듣지 않으니 다른 반에 가서 제대로 잘 배워 사람 돼서 와라.
둘을 보따리 싸서 내보냈습니다.
마침 우리반 수업이라
남은 아이들을 데리고 수업을 했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이 두 녀석이 어느 반에 갔을지 궁금해 하며
어두컴컴한 복도를 가는데
교무실 앞에 뭔가 꾸물거리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내 아이들 둘이었습니다.
그것도 찬 마루바닥에 무릎을 꿇고....
놀란 가슴을 누르며
어렵게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서서히 걸어갔습니다.
누가 벌 서라고 했어?
사내녀석들이 함부로 무릎을 꿇으면 안 된다.
무릎 꿇을 일을 해서도 안 된다.
나는 너희를 꽃으로도 때리기 싫은데
왜 찬 마루바닥에 무릎을 꿇어.
그 말도 못하게 개구지고
그저 쉬지 않고 장난을 치던 녀석들 얼굴이
너무도 진지해졌습니다.
아~~그렇게도 가라고 밀어냈는데도
이 아무 생각도 없을 것 같던,
아무 것도 모를 것 같던 이 녀석들이
어쩌면 이렇게도 감동적인 선택을 했을까요.
제가 아이들을 그렇게도 사랑하는 것이
제가 유달리 남보다 사랑이 많아서가 아닙니다.
어떻게 이런 아이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2011년 7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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