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캡틴! 나의 캡틴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by 까탈스러운 장미 2023. 8. 23.

 

 


 
오늘부터 보충수업입니다.

영어쌤이 우리반 두 녀석을 끌고 교무실로 왔어요.

복도를 지나다가 욕하는 소리에 두 녀석을 끌고 왔데요.

 

 

뭣이라?

욕을?

그것도 담장이 넘어가게 그렇게 큰 소리로?

 

 

 

요 며칠을 계속 말 하는대로 된다고 생각해라.

농담조차도 듣기 좋은 농담을 해라

남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말은 하지 말아라...

그렇게 가르치고 있었는데

나는 헛것을 가르쳤구나.

 

 

 

두 녀석에게 그랬습니다.

나는 담임으로서 너희 둘을 가르칠 자격이 없다.

내 말은 듣지 않으니 다른 반에 가서 제대로 잘 배워 사람 돼서 와라.

 

둘을 보따리 싸서 내보냈습니다.

 

 

마침 우리반 수업이라

남은 아이들을 데리고 수업을 했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이 두 녀석이 어느 반에 갔을지 궁금해 하며

어두컴컴한 복도를 가는데

교무실 앞에 뭔가 꾸물거리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내 아이들 둘이었습니다.

그것도 찬 마루바닥에 무릎을 꿇고....

 

놀란 가슴을 누르며

어렵게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서서히 걸어갔습니다.

 

 

누가 벌 서라고 했어?

사내녀석들이 함부로 무릎을 꿇으면 안 된다.

무릎 꿇을 일을 해서도 안 된다.

나는 너희를 꽃으로도 때리기 싫은데

왜 찬 마루바닥에 무릎을 꿇어.

 

 

 

그 말도 못하게 개구지고

그저 쉬지 않고 장난을 치던 녀석들 얼굴이

너무도 진지해졌습니다.

 

 

 

아~~그렇게도 가라고 밀어냈는데도

이 아무 생각도 없을 것 같던,

아무 것도 모를 것 같던 이 녀석들이

어쩌면 이렇게도 감동적인 선택을 했을까요.

 

 

 

제가 아이들을 그렇게도 사랑하는 것이

제가 유달리 남보다 사랑이 많아서가 아닙니다.

어떻게 이런 아이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2011년 7월 21일

 

 

 

 

 

 

 

'오,캡틴! 나의 캡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Mission Impossible  (4) 2023.08.24
어떤 친절  (4) 2023.08.24
약 속  (1) 2023.08.23
푸른 수평선 저 멀리  (4) 2023.08.22
요강 함 깨 보려 했더니...  (2) 2023.08.2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