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5398

다 컸구나 내 새끼 한 마리를 멀리 구미로 날려 보냈다. 말할 수 없이 어벙하고어설프기 짝이 없는녀석. 우리반 실장녀석. 나는 맨날 그랬다. 어째 꼭 담임 닮은 실장만 나오냐고. 작년에도 그렇더니만...ㅎㅎㅎ 교감 생떼에 기가 막혀 애한테는 작별인사도 못했다. 구미까지 가는 학부모에게 재학증명서 한 통 떼려고 다음에 다시 오란다. 나에겐 구미까지 실사를 가란다. 서울까지 전학 간 아이에겐 그 담임 서울까지 실사 갔었나? 왜 나한테만 이러냐고... 오늘은 자괴감까지 들었다.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저런 교감의 생떼를 들어야만 하느냐고. 이럴 때는 교사로서의 사명감은 아스라히 잊혀진다. 싫지만 나 자신이 초라해보이는 힘없는 기간제 교사일 뿐이다. 수업을 들어갔는데말 할 힘도 없다. 공교롭게도 우리 반 수업이었는데 알 .. 2023. 8. 28.
털사철란(2020년 8월) 털사철란 녹화 털사철란 2023. 8. 28.
내 새끼들... 출근해서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니 다른 반 아이들이 과학쌤 좋겠어요, 축하해요. 이런다. 뭔 일인가 싶어 교실에 갔더니 검은 천으로 유리창을 가리고 뭔 작당을 하고 있는 게 분명했어.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영화로만 봤던 그 깜짝 파티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어. 교실에 온통 풍선과 칠판엔 나에게 보내는 쪽지들. 안개꽃 속에 빨간 장미 다발. 교탁 위엔 초코파이에 생크림을 얹어 촛불을 켜 놨어. 그리고 나를 교실 뒤에 세워 놓고이렇게 동영상을 보여줬어. 같이 비를 맞고 있어 줘서일까? 아님, 아프면 오히려 때려줘서일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아이들 마음이 착하지 않으면 그 무엇도 소용이 없었을 거야. 착한 내새끼들. 그래도 새벽엔 문자 보내지 마라고 신신당부하고 집에 보냈다. 나, 어디 가서 울고 싶어. 201.. 2023. 8. 27.
내가 사는 법 2교시 수업을 들어갔다.  우리학교 1학년 짱이라는 녀석.     학생부장 쌤한테 교문에서 복장불량으로 걸리니욕하고 집으로 가버렸던 녀석.   수업하기 싫다고 무단외출해서 그 반 담임이 학교 주변을 온 데를 돌아 찾아 왔던 녀석.     나는 듣도 보도 못했던 젼자댬배라는 거 피어 걸려도학생부장 쌤한테 한 방 맞기 전까지는 그런 거 본 적도 없다고 시치미 딱 떼던 녀석.    그 녀석이 오늘도 변함없이 차가운 책상에 얼굴 박고 자고 있다.     생각이 여러 갈래다. 무시할까?깨워서 야단칠까?    너와 내가 스승과 제자라는 인연으로 만났다면그 인연 내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매몰차게 인연을 끊어가는 것은 내가 사는 법이 아닌 것을...    자는 녀석 벗어 놓은 점퍼를 고개 밑에 받쳐줬다.  찬.. 2023. 8. 27.
방울난초, etc.(2020년 8월) 방울난초 도둑놈의갈고리 산물머위 소란 2023. 8. 27.
우리의 소원이 이루어진 날 우리의 소원은 해를 보고 퇴근하는 것이라고 했지요? 오늘 그 소원이 이루어졌어요. 도학력고사를 쳤기 때문에 시험치고 나머지 5교시까지만 수업하고 정시 퇴근했답니다. 아슬아슬하게 서산으로 넘어가는 해를 운전하다가 얼른 찍었지요. 인증샷으로요.ㅎㅎㅎ 물론 빨간불일 때 찍었습니다. 보이지요? 빨간불. 2011년 11월 2일 2023. 8. 26.
체육대회(추억 만들기) 체육대회를 했습니다. 장미꽃 사이로 본 개회식입니다. 무지 피곤합니다. 나중에 일기처럼 오늘 무슨 일이 있었었는지 기억하기 위해 한 줄 적고 자렵니다. 비오는 날의 체육대회... 누구나 실패한 대회 같지만 우리 반은 좋은 추억 만들기를 한 체육대회였습니다. 아이들이 우산이 없었기에 저도 교무실에 있는 우산을 들고 나가지 않았습니다. 프렌치 코트를 아이들과 뒤집어 쓰고 제가 두물머리 가서 찍은 사진이랑 일본 여행 가서 찍은 사진 보면서 추억 만들기를 했습니다. 코트가 비에 흠뻑 젖는 것도 몰랐습니다. 종례할 때 아이들이 이런 용어를 쓰더군요. 혼연일체... 그런 어려운 말을 알다니.ㅎㅎㅎ 선생님과 같이 비를 맞고 있으면서 느꼈던 감정이랍니다. 아이들이 있는 곳에 팔짱 끼고 두 다리 떡 벌리고 서서 아이들에.. 2023. 8. 26.
논둑외풀 흰꽃, etc.(2020년 8월) 논둑외풀 흰꽃 덩굴용담 무릇 병아리다리 2023. 8. 26.
서늘한 가을 날에 출근하자마자 이종사촌언니 연락이 왔다. 한 분밖에 없는 이모가 돌아가셨단다. 알아보니 부모의 형제가 돌아가시면 3일 특휴란다. 장례식장이 경기도 성남이라 하루 휴가는 받아야 한다. 학교를 너무 비우면 다른 쌤들 고생시키는 거 알기에 오늘 하루만에 다녀오리라 생각하고 교감쌤한테 말씀드리러 내려갔다. 이모님이 돌아가셔서 문상 갔다와야겠는데요. 어떻게 할까요? 교감쌤의 얼굴을 보여주고 싶다. 못 먹을 것 씹은 얼굴로 오늘 수업이 어떻게 되는데요? 헉~~그렇구나. 사람이 죽어 마지막 이별의 시간을 가지는 것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투철한 관리자의 냉철함만 있더라... 내가 너무 감상적인가? 이모라면 엄마 다음 아닌가? 김유신처럼 천관녀에게 향했던 애마의 목을 단칼에 벨 정도의 냉철함이 있어야 그 정도의 관리자의.. 2023. 8. 25.
우리 교장 선생님의 추석 선물 저렇게 별이 총총한 가을길을 걸어 봤으면...점심 먹고 노곤한데뒷자리 쌤이 빨리 메시지 보래요. 모두들 상기된 얼굴이라 간이 콩알 만해져서 봤어요. 교장 선생님께서 우리 학교 선생님들 평소에 모두 열심히 하시기 때문에 오늘 수업은 6교시까지만 하라고 하셨습니다. 모두 즐거운 추석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 교장 쌤 밑에 있을 때가 제일 행복합니다.이렇게 말하면 안 되는 거 아시죠?ㅍㅎㅎㅎㅎㅎㅎㅎ ㅎㅎㅎ  저도 추석 보너스 받은 것 만큼이나 기뻤지만그 한 시간의 단축에너무 해맑게 좋아하는 쌤들 얼굴 보면서정말 너무나 순진하고 귀여워서가슴이 찡했습니다.   태풍이 온다니달빛이 내 마음을 대신해 줄 수는 없겠고내 마음이 달빛을 대신해야 겠습니다.당신의 마음을 달이 없는 밤에도 환히 비추고 있겠습니다... 2023. 8. 25.
해바라기, etc.(2020년 8월) 해바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별로 매력이 없더라구요. 하지만 고흐가 해바라기를 좋아했다고 해서 갑자기 반가워졌어요. ㅎㅎㅎ 함덕해수욕장이 좋아서 도무지 거지덩굴이 어디 있는지 정신 차리고 봐야하지만 사실 목적은 함덕해수욕장의 저 아름다운 해안선과 바다색입니다. ㅎㅎㅎ 이렇게 세력이 좋은 실고사리는 처음 봤어요. 이름답지 않지요? 이름은 가느다랗고 여린 느낌인데.ㅎㅎ 2023. 8. 25.
Mission Impossible 오늘 쌤들에게 전달 된 사항. 절대 아이들에게 신체 접촉하지 마세요.흠... 당연하지. 체벌하지 말라는 데는 익숙해져 있으니까.   절대 아이들에게 욕도 하지마세요.그렇지. 교사의 품위가 있지...   절대 아이들에게 큰소리도 치지 마세요.뭐라? 전 교사의 로봇화를 시키지.어떻한 상황에서도 목소리의 톤의 변화가 없는감정의 변화도 없이가르치는 일만 성실히 수행하고 임무 끝. 이렇게 말 할 수 있는 로봇.   우리학교 1학년 5반 담임쌤은 임신 중이다.그래서 적어도 나는 그 선생님의 태교를 위해속 뒤집을 일을 안 만들려고 노력한다.애기가 들어 있으니까...ㅎㅎㅎ   그렇지만 그 반은 실장부터속을 뒤집는 녀석이다.오늘이라고 예외 겠는가? 큰소리 치지 말랬으니...목소리 내리깔고 교무실로 오라 했다.나는 절대 .. 2023. 8. 24.
어떤 친절 수업을 마치고 들어오니 모르는 번호의 문자가 들어와 있다. '타이어 바람이 다 빠졌네요.' 잘못 보낸 문자인줄 알고 무심히 있다가 혹시나 해서 뙤약볕에 주차장으로 갔다. 헐~~조수석 타이어의 바람이 다 빠졌다. 긴급 출동 부르고... 박힌 나사못이 많이 닳은 것으로 봐서 박힌 지 오래 된 것 같단다. 언제 박혔을까? 두물머리 갔을 때? 좀 오래 전에 비포장도로를 달렸던 것은 그때 뿐이니... 오늘 문자 못 받았으면 며칠을 그렇게 다니다가 타이어 빵꾸가 나서야 갈았을 것 같다.흐미... 그제야 '누구신지 감사합니다' 딱 한 줄의 인사를 보냈다. 난 뭐가 좀 감정이 늦게 느껴지나봐. 아침에 출근하면서 아무리 생각해도 그 어떤 친절에너무 야박하게 인사한 것 같다. 교무실 들어와 다시 문자를 날렸다. '아침 출.. 2023. 8. 24.
반하, etc.(2020년 8월) 여름의 반 반하 노란꽃땅꽈리 땅꽈리와는 열매가 다른데 노란꽃땅꽈리는 열매에 자주색 줄이 있어요. 미국나팔꽃 함덕해수욕장 물빛이 너무 아름다워요. 털진득찰인지 제주진득찰인지 코시롱님이 가르쳐 줬는데 꽃 차례가 다르다 했는데... 까먹었어요. 2023. 8. 24.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오늘부터 보충수업입니다.영어쌤이 우리반 두 녀석을 끌고 교무실로 왔어요.복도를 지나다가 욕하는 소리에 두 녀석을 끌고 왔데요.  뭣이라?욕을?그것도 담장이 넘어가게 그렇게 큰 소리로?   요 며칠을 계속 말 하는대로 된다고 생각해라.농담조차도 듣기 좋은 농담을 해라남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말은 하지 말아라...그렇게 가르치고 있었는데나는 헛것을 가르쳤구나.   두 녀석에게 그랬습니다.나는 담임으로서 너희 둘을 가르칠 자격이 없다.내 말은 듣지 않으니 다른 반에 가서 제대로 잘 배워 사람 돼서 와라. 둘을 보따리 싸서 내보냈습니다.  마침 우리반 수업이라 남은 아이들을 데리고 수업을 했습니다.수업을 마치고 이 두 녀석이 어느 반에 갔을지 궁금해 하며 어두컴컴한 복도를 가는데교무실 앞에 뭔가 꾸물거리고 있는.. 2023. 8.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