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5401

아이들도 배울까요? 끝없는 사랑 /코요테    2교시 수업시간이었어요.갑자기 한 녀석이 기겁을 하며 의자를 옆으로 빼는 거예요.  뭔 일인가 보니옆에 짝이 오줌을 쌌어요.  요즘은 특수반 아이들도 몇 시간은 교실에 들어와 수업을 하는데그 녀석이 그만 실수를 한 거였어요.   중학교 1학년짜리 여자아이가짝이 오줌을 쌌다면 당연히 기겁을 하겠지요.  그래서 저는 뒤에 가서 걸레를 갖고 와서의자랑 교실 바닥의 오줌을 닦았지요.   그런데머리 위로 감당 못할 정적이 저를 눌렀어요. 어색함을 참지 못하겠기에이놈들 오줌 쌌다고 놀리면 죽는다, 그렇게 으름장을 놓았어요.   짐짓 모른 척 했지만저는 너무 부끄러웠어요.  아이들이 이런 상황에 감동어린 눈빛으로 저를 보는 것이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이라너무 당황스러웠어요.   요즘 아이들도 .. 2023. 8. 14.
기억 지금 우리의 기억 속에는 물폭탄 장마와 폭염과 한반도를 관통한 태풍 카눈이 자리잡고 있지만 어디 일 년이 여름만 있겠는가? 이제 가을로 들어섰고 겨울이 오고 봄이 오고 또 여름이 오겠지... 힘들었던 기억은 이겨냈다는 기억으로 대체하자. 비록 폭염 속에 아이스팩 끌어안고 잠들었다가 얻은 귀의 동상은 아직도 가려워 죽겠지만...ㅎㅎㅎ 2023. 8. 14.
아무래도 들킨 것 같아요. 아이들이 입학한지 아직 채 한 달도 안 됐지요. 저는 한껏 군기를 잡았습니다. 시종일관 포커페이스로 미동도 하지 않고 겁을 주었죠. 흠... 한 카리스마 했지요. 믿거나 말거나... 하루는 종례를 하면서 아주, 아주 말썽을 부리는 녀석에게 우리 학교는 너무 말썽을 부리면 다른 반에 보내서 한 달 동안 설움과 압박속에 구박 받으며 살다가 오게 하는 제도가 있다고 했지요. 제일 무서운 선생님 반에 보내겠다고 했더니 이 녀석들이 갈 반이 없데요. 선생님이 제일 무서워요. 그래요.ㅎㅎㅎ 어제였어요. 맨날 말썽부리는 녀석이 유리창까지 깼어요. 저는 얼굴이 노래가지고 달려갔지요. 손으로 유리를 쳤다니 보나마나 손은 찢어지고 난리가 났겠지요. 아~ 그런데 유리를 코팅지를 덧입혀 놔서 다행히 다치지 않았어요.정말..... 2023. 8. 13.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김영랑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새악시 볼에 떠오는 부끄럼같이 시(詩)의 가슴에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머랄드 얇게 흐르는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0교시 자습시간에 아이들이 푸는 프린트를들여다 보니 김영랑의 시가 지문으로 나왔습니다. 중학교 1학년에 이렇게 정서적인 시를 배우는데 우리 아이들은 오늘도 유리창을 깨고 아무 이유없이 지나가는 친구의 뺨을 때려 교무실로 불려와서 야단을 맞습니다. 그것이 인사라네요. 그리고 그냥 재미있어서 해 본 거랍니다. 우리 때도 김영랑의 시를 배웠죠. 그리고 시를 외우는 것을 멋으로 알았었죠. 요즘 아이들은 시를 외우지 않아요. 시를 배울 뿐.. 2023. 8. 13.
여우주머니, etc.(2020년 8월) 여우주머니 여우구슬보다 보기 어려워요. 여우구슬 정말, 정말 작고 귀여운 아이, 지리산오갈피 저는 엉뚱하게 제주에서 봤어요. 털이슬 털이슬 종류는 거의 다 본 것 같은데 쇠털이슬을 본 것인지 아닌지 모르겠네요. ㅎㅎㅎ 2023. 8. 13.
Beyond the blue horizon 우리 반에 ADHD 판정을 받은 녀석이 있어요. 그런데 거의 자폐에 가깝더군요. 며칠 전엔 반 아이들에게 주위에 쓰레기를주워 쓰레기통에 버리라고 했어요. 학기 초니까 전달 사항이 많아 이것, 저것 정리하다가 고개를 들어 보니이녀석이 안 보이는 거예요. 놀래서 어디갔냐고 찾으니까 아이들이 책상 밑에 있데요. 쫓아가서 보니까 손바닥으로 교실바닥의 먼지를 깨끗이 닦고 있었어요. 그날 처음으로 저는 그 녀석의 눈을 깊이 쳐다보면서 아이의 차거워진 손을 잡으며 말했어요. "정말 깨끗이 잘 치웠구나.선생님 말을 잘 들어주서 고마워. 이제 손 씻자." 푸른 수평선 저 멀리엔 무엇이 있는지 저는 몰라요.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자리에 보이는 것만 겨우 알 뿐이지요. 저는 이 아이의 알 수 없는 저 먼 사고의 수평선 너.. 2023. 8. 12.
Unforgettable 번개불에 콩을 튀겼습니다. 어디서 콩 타는 냄새가 진동을 했지요? 제가 태운 콩 냄새였습니다.ㅎㅎㅎ 번개불을 따라잡지 못해서 무지 태웠습니다. 학기말... 짧은 며칠 동안 학생부 점 하나, 띄어쓰기 하나, 맞춤법까지 샅샅이 모래알 세듯 검토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금쪽 같은 내새끼들 이제 다 키워 2학년으로 올려보냈습니다. 1학년 모든 반 중에서 유일하게우리반만 학적 변동이 없었습니다. 그것도 내 복이지요. 아이들을 온실 안 화초처럼 곱게만 키워서 험한 2학년으로 올려 보내려니걱정이 앞섭니다. 아, 좀 더 강하게 키울 걸 하는 후회도 잠시 했습니다. 그래도 너무 콩알 만하게 작고 어려서 강하게 다룰 수도 없었습니다. 이놈들은 왜 이리 크지도 않는지. 다른 반 아이들은 방학 끝나고 오면 부쩍 크더구만 .. 2023. 8. 12.
무지개, etc.(2020년 8월) 제주에서 이렇게 선명한 무지개를 만났었지요. 새깃아재비라는 양치식물인데 아주 귀한 아이라고 들었습니다. 버섯이 맞을까요? 이제 영주풀의 암꽃과 수꽃을 확실히 구분할 수 있습니다. 중간에 버어먼초가 끼었네요. ㅎㅎㅎ 2023. 8. 12.
한일 합방 ♥가을하늘♥ * 그대 고운 내 사랑♬ - 이정열 * ♥가을하늘♥      에구, 이놈의 말썽은 왜 아직도 나를 그렇게도 좋아하는지...늘 따라 다니며 떨어지지를 않네요.ㅎㅎㅎ     1월 6,7,8,9일 일본 부부동반 여행이 잡혀 있었어요.보충수업기간이라 옆에 시간계 쌤한테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그 기간은 수업 빼달라고 했지요.    그런데 목소리가 너무 기어들어갔나봐요.쌤이 못 들었어요.    시간표가 나오고 저는 난감했지요.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시간표는 다른 쌤이 짜는 거라네요.사정이 딱하니 1학년 시간표만 다시 짜보자며 머리를 쥐어 뜯으며 다시 시간표를 짜더만요.     어찌해야 좋을지몰라하는 저에게" 쌤, 선물 많이사 와요."제가 그랬어요." 내 일본을 통째로 들고 올께."      그래서.. 2023. 8. 11.
우리 촌놈들의 문화교실 전국연합학력고사도 끝나고 모든 진도가 다 나간 지금.    마구 날뛰는 녀석들을 감당하기 어렵겠다싶어우리 선생님들은 경산의 이 촌놈들을대구로 데리고 나가 영화구경을 시켜주기로 했지요.    엉성한 각본에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았지만뒤죽박죽 죽을 쒀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시작부터 딴지 걸지 않기로 마음 먹고 그냥 일이 되는대로 따라갔습니다.     이 나이쯤 되면뭐든 완벽한 것은 없다는 것쯤은 아는 지혜는 생기더군요.어차피 완벽하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인데조금 모자라나 많이 모자라나 모자라는 것은 일반이라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이지요.      온 대구시내가 떠들썩하게 우리 경산 촌놈들이 아침부터 뒤흔들어 놓고어찌어찌 영화관에 앉았습니다.앉기가 바쁘게 화장실 가겠다고 허락받으러 오는 놈... 2023. 8. 11.
해오라비난초,etc. (2020년 8월) 해오라비난초 야고 여름새우난초 2023. 8. 11.
언덕에서 언덕에서 김원호 작곡, 민형식 작사 저 산너머 물 건너 파랑잎새 꽃잎은 눈물 짓는 물망초 행여나 오시나 기다리는 언덕에 임도 꿈도 아득한 풀잎에 이슬 방울 왼종일 기다리는 가여운 응시는 나를 나를 잊지마오 기간제 교사의 고충은 늘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는 겁니다. 항상 아이들과 이별에 맞닥뜨리면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를 잊어라' 아이들을 위한 배려였습니다. 나를 오래 기억하면 새로 오신 선생님과 정들기 어렵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마음속의 내 생각과는 다르다는 것을 솔직히 고백합니다. 기약없는 이별 앞에 작별을 고하지만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한 시각에, 짐작하지도 못한 장소에서 오랜 기다림으로 나를 맞아주기를 바라지요. 잊으라 한다고 잊겠다 하지 않고 죽어도 못 잊는다고... 그렇게 말해.. 2023. 8. 10.
청혼 받았습니다. 청혼 받았습니다.ㅎㅎ 4교시에 수업을 들어가니 어떤 녀석, 교탁 앞에 기다리고 있다가 "선생님, 저와 결혼해 주세요." 저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습니다. "쌤도 눈이 있거든." ㅎㅎㅎ 이녀석이 친구들과 게임을 하다가 졌데요. 미션이 선생님에게 청혼하는 거였다나요? 그래도 어쨌거나 오랜만에 받아보는 청혼이라 기분 좋았습니다. 그것도 아주아주 어린 연하남에게요.ㅎㅎㅎ 2010년 12월 17일 2023. 8. 10.
여름새우난초, etc.(2020년 8월) 여름새우난초 댕댕이덩굴 암꽃, 수꽃, 열매 흰꽃물고추나물 2023. 8. 10.
숨겨진 비밀 아, 정말 암말 안 해도 되긴 하겠지만양심상...ㅎㅎㅎ    아침자습시간에 우리반 녀석들이 줄지어 빼빼로를 들고 나올 때   저는요 이놈들아, 이거 사느라고 돈 많이 쓴 거 아니야? ㅎㅎ 좋쿠로.ㅎㅎ요로면서 다 받아 챙겼어요.    우리반 뇌수술을 여섯 번이나 한 은정이는걱정이 태산같았습니다.   "선생님, 다른 선생님보다 적으면 어떡해요?"정말 이녀석은 저를 제일 사랑합니다.ㅎㅎㅎ    자습 마치고 저도 약간은 떨리는 마음으로 교무실 문을 열었죠.ㅎㅎ근데 대부분의 선생님들 책상은 한 두 개의 빼빼로밖에 없었어요.    4교시 4반 수업 들어갈 때까지는저는 내심 우리반 녀석들이 고마웠지요.   근데 4반 녀석들이"쌤, 쌤이 어제 쌤 반 애들이 빼빼로 가지고 와도 돼요? 하고 물으니까쌤 하나씩 안 주면 다.. 2023. 8. 9.